다시 적는 생활
re-composed
다시 적는 생활: 시간의 건축학, 사진의 기억술 1. 민준기는 일상(생활) 속 기억의 한 조각을 발견/발굴하고 감관으로 살펴 표상 화한다. 경험의 저장과 기명의 유지, 유지의 회상이란 온전히 독자적이며, 질량의 가늠조차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1) 작가는 그 개별적인 시간의 세계 속에 안착된 것들을 예술의 주제로 삼는다. 작가 또한 "나의 작업은 일상이며 생활이다."라며 "지나간 것들의 기억을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진을 통해 과거의 순간, 기억들을 담아 추억한다. 과거의 경험, 그것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아련함, 그리고 현재의 자신 또는 누군가가 내 작업의 주된 주제이다."라고 말한다.2) ● 이 주제를 간략하게 함축하면 '리얼리즘이 접목된 삶 속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재현'이다. "작업이란 내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고 또 나를 만드는 중요한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삶 속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재현은 사적 영역이며, 작가가 선택하여 보여주는 이미지들 또한 개인의 영역을 이탈하지 않는다. "그때의 그때를 지금의 내가 다시 만들어낸다."는 발언은 그렇기에 이해될 수 있다. ● 주제표명을 위해 먼지 켜켜이 쌓인 기억을 더듬어 그가 선택한 한 장의 사진은 시간의 발견 혹은 발굴의 시작이다. 사진을 덧댄 한지를 낱낱이 찢어 재구성한 일상의 이미지는 삶의 찰나로써 사라지는 어떤 것을 재현하는 통로이다. 이 가운데 찰나로써 사라지는 것들의 재현은 민준기 작업의 핵심이다. 어쩌면 '사라지는 것은 영원히 사라지지만, 그 사라지는 순간이 사진에 의해 정지될 수 있다'와 '기억이 그 순간을 되살릴 수도 있지만 기억이 되살리는 순간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부족하거나 왜곡된 두꺼운 시간이다.'3)과도 맞닿을 수 있다. ● '두꺼운 시간'은 멈춰진 시간 내 작가 자신에 의해 고공되고 조립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하지만 조형에서의 '두꺼운 시간'이 대신하는 건 물질로써의 오브제 역할까지 맡는 한지4)다. 한지는 그저 물질이 아니라 유닛의 기억을 일체화하는 것이며, 하나의 구조물로 구축되는 기억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대상을 고스란히 옮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5) ● 그렇게 해서 드러난 결과물은 선후의 미적교차다. 다시 말해 작가는 한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하고, 순서를 뒤바꾸며 기억 어딘가 접혀 있는 시간과 공간을 소환해 이미지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의 위치가 온존한 공간과 시간의 혼합을 거쳐 시각화 된 이 한지조각과 이미지는 일종의 자기 방식적 '적어나가기'와 다름 아니며, '제시' 및 '읽어가기'의 연장이다.6) 작가는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오늘을 복기한다. 작업의 이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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